【카미디어】 정광수 기자 = 맞다. 이 차는 가장 저렴한 벤츠다. 벤츠에게는 아직도 어색한 1.5리터 디젤엔진이 들어간 해치백으로, 최대 장점은 공인연비가 리터당 19.3km라는 것이다. 단출한 해치백에 고효율 엔진을 넣고 저렴하게 만든 벤츠이긴 하지만, 이 차는 ‘그래도 벤츠’다. 여기서 벤츠라는 의미는 고급 편의장치를 빼 놓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벤츠의 탄탄한 골격과 하체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엔진만 소박한 것을 썼을 뿐, 나머지는 모두 벤츠라는 얘기다.
A180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궁금한 건 엔진이었다. 최고출력 109마력, 최대토크 26.5kg.m로 과연 충분할까? 정답부터 말하면 “넉넉하지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다. 별 다른 욕심 없이 움직일 때는 부족이라는 걸 못 느낀다. 하지만 남보다 빨리 가야겠다는 욕심이 부글거릴 때는 입이 타들어가는 갈증이 느껴진다. 파워로 느꼈던 갈증은 뿌듯한 연비로 모두 해소된다. 막 밟고 돌리며 시승했는데도 연비는 리터당 15km 이상 나왔다. 얌전히 몰면 리터당 20km 이상도 어렵지 않게 기록했다.
A180의 엔진은 르노삼성의 QM3와 SM5 등에 들어간 것과 기본적으로는 같지만, 벤츠에서 이곳저곳을 손 봤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궁합도 좋다. 다만 변속기의 셋팅이 폭스바겐의 듀얼클러치와 약간 다르다. 벤츠가 지금까지 셋팅했던 것처럼 부드럽게 출발하고 부드럽게 변속된다.
작은 엔진이 들어가긴 했지만 벤츠는 벤츠다. 작지만 골격은 정말 튼튼하다. 고속주행이나 격한 코너링에서 물러서는 법이 없다. 핸들을 돌릴 때마다 느껴지는 견고함에 자꾸만 핸들을 돌리게 된다. 1.5리터 디젤엔진에겐 과분한 골격이다. CLA 45 AMG를 시승할 때도 골격을 생각하면 더 센 엔진을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 골격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속도를 올릴수록 바닥에 깔리는 듯한 주행감이 인상적이다. 전륜구동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아주 뛰어나다.
겉모습과 속모습 모두 A 200과 거의 같다. 엉덩이에 붙은 A180이라는 숫자 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배기량만 줄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A200과 같다고 보면 된다. 시승한 모델은 ‘나이트(Night)’ 모델로 4,100만 원짜리다. 고급형 모델로 웬만한 편의장치 다 들어가 있다. 특히 시트는 동반석까지 메모리기능이 있는 전동시트다.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있고, 밤에 멋진 무드등도 들어온다. 또 반짝반짝 빛나는 ‘블랙 하이그로시’로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이드 미러 등에 포인트를 줬다. 휠은 18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 멋진 ‘자세’를 만들고 싶다면 바디킷 등이 추가된 ‘AMG라인’을 적용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타일(style)’모델엔 듀얼 머플러와 스포츠 계기반 등이 빠져 있고 휠도 16인치 알로이 휠이 들어간다. 1.5리터 모델을 사면서 이런저런 옵션까지 다 넣는 게 좀 사치 같기는 하다. 가장 저렴한 ‘스타일’모델(3,790만 원) 정도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거 같다. 그래도 작은 듯한 16인치 휠이 못내 아쉽다. 이 차는 ‘벤츠’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세금 절약’이다. 배기량으로 세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작아진 엔진은 곧 ‘세금 인하’를 의미한다. A 180 CDI의 경우 1년 자동차세가 265,900 원으로, A200 CDI(1년에 466,960 원)보다 20만 원 정도 저렴하다. 1년에 20만원이 벤츠를 타는 이들에게 작은 돈일 수도 있겠지만…
고급차라고 해서 배기량이 커야 되는 법은 없다. 배기량이 작고 효율이 좋은 고급차를 타려는 사람에게는 A180 나이트 모델이 정답이다. 멋진 18인치 휠과 동반석까지 메모리 시트 등을 갖춘 고효율 소형 해치백은 이 차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