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던 금요일밤 연비, 공인연비의 60%에 그쳐
[하이브리드車 연비의 진실 — 자동차팀 3人의 기자들이 직접 몰아봤습니다] 시원하게 뚫리는 새벽 주행, 공인 연비의 90% 수준 육박 교통지옥에 몰고 나갔더니 실제로는 실망스러운 수준 업계 "운전 조건 등에 따라 공인연비와 차이 날 수밖에" 조선비즈 김덕한 기자 입력 2012.10.11 03:11
자동차의 공인 연비(燃費)와 실제 주행 연비의 차이가 크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중요 불만 사항이다. 특히 뛰어난 연비를 기대하고 동급 자동차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하이브리드(내연 엔진과 전기모터·배터리를 함께 사용해 연료 소비를 줄인 차) 모델을 사는 사람들은 연비에 더 민감 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3%에 육박할 만큼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비례해 "동급 가솔린차보다 연료 효율이 20~30% 높다고 선전하는 하이브리드차의 연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운전자는 하이브리드차가 내세우는 공인 연비가 '사기'라며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본지 자동차 팀 3명의 기자는 대표 하이브리드 3개 모델(도요타 프리우스·렉서스 CT200h·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을 몰고 실제 주행에 나섰다. 운전자마다 운전 방식이나 주행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세 명의 기자가 한날한시에 약 71㎞ 경로를 3개 구간으로 나눠 번갈아 타본 뒤 차별 실제 연비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대상 차종의 크기, 차급이 다르기 때문에 공인 연비와 실제 주행 연비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집중해 살피기로 했다. 시원하게 뚫리는 새벽 시간엔 공인 연비의 90% 수준에 육박하는 연비가, 막히는 시간대에 비까지 주룩주룩 내린 최악의 교통 상황에선 공인 연비의 60% 수준의 연비가 나왔다.
◇어떻게 시험했고, 어떤 결과 나왔나
테스트는 최근 평일 ①서울 중구 초동주유소에서 남산순환도로와 강남대로를 거쳐 역삼역까지 ②역삼역에서 88도로를 거쳐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까지 ③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88도로와 남산3호터널을 거쳐 초동주유소까지 3구간에서 걸쳐 두 번 진행됐다. ①번 구간에는 언덕길과 도심 도로, ②번과 ③번에선 통행량이 많은 번화가와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화도로를 포함해 다양한 운전 상황을 균형 있게 안배하도록 노력했다.
연비 계산은 자동차에 부착된 계기판과 트립 컴퓨터에 의지하지 않았다. 차량마다 자체 오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 전 모든 차의 주유구 입구에 가솔린이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 상태까지 채운 뒤 3개 구간을 모두 돌고 와서 다시 같은 상태로 가솔린을 채웠다. 주유된 가솔린 양으로 주행거리를 나눠 실제 연비를 계산했다.
첫 번째 테스트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금요일 진행했다. 밤 9시에 초동주유소에 모여 일제히 출발했다. 두 번째 운전자 교환지점까지는 악천후에 퇴근 시간이 겹쳐 극심한 정체를 빚었고, 밤 11시가 넘은 마지막 구간에서는 속도가 조금 났다. 하지만 정체가 풀리더라도 세 명 모두 시속 100㎞ 이상 무리한 가속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 결과, 71㎞를 달린 프리우스에는 주행 뒤 3.884L의 가솔린이 주유돼 실연비가 리터(L)당 18.3㎞로 나왔다. 29.2㎞/L인 공인 연비의 62.6%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방식으로 CT200h는 공인 연비 대비 72.3%,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60.3% 수준의 실망스러운 연비가 나왔다.
두 번째 날은 이전과 교통 상황이 정반대였다. 교통량이 매우 적었던 수요일 이른 아침 6시에 출발했다. 같은 방식으로 3명이 번갈아 테스트한 차의 연비는 프리우스가 24.3㎞/L, CT200h가 23.2㎞/L,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19.5㎞/L로 모두 공인 연비 대비 80~90% 수준의 높은 연비를 나타냈다.
◇체감 연비와 공인 연비 차이는 왜?
연비에 민감한 운전자들은 거의 모두가 공인 연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 운전 과정에서 공인 연비를 실현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인 연비 측정 방식은 실제 운전 상황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시행된 우리나라의 공인 연비 측정 방식은 197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지역 차량 흐름을 반영한 'CVS-75' 계산법을 적용했다. 주행여건, 주행거리, 교통여건, 온도, 기상여건 등 많은 요소가 연비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반영하기 어려운 측정 방식이었다.
정부는 공인 연비 측정 방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5-사이클(Cycle)' 연비 계산법을 도입, 자동차의 작동 상황을 시내 주행뿐 아니라 고속 주행, 급가속·급제동, 에어컨 가동 주행, 외기 온도 저온(-7℃) 주행 등 자동차의 모든 상황을 감안해 연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올해 4월 이후 출시된 신차들은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복합 주행(시내 주행 55%, 고속도로 주행 45%) 등 세 가지 수치의 연비를 발표하게 했다. 지식경제부는 이 방식에 의해 산출되는 복합주행 연비는 예전의 공인 연비보다 24% 정도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 일부 차종의 연비는 30% 이상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라마다 공인 연비 기준도 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같은 차종의 경우, 미국>한국(구연비 기준)>일본>유럽 순으로 연비가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 CC 3.6 V6 4모션의 국내 공인 연비(구연비)는 8.2㎞/L이지만 일본에서는 8.8㎞/L, 미국에서는 시내 7.2㎞/L, 고속도로 10.6㎞/L다. EU에서는 시내 6.6㎞/L, 고속도로 14.0㎞/L, 혼합 연비 9.9㎞/L다. 이번에 본지 자동차 팀이 실제 연비를 측정한 프리우스의 경우, 우리나라의 공인 연비는 29.2㎞/L이지만 일본은 30.4㎞/L(신연비·JC08방식), 35.5㎞/L(구연비)다.
김경배 도로교통공단 전문위원은 "공인 연비의 의미는 같은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어느 차가 연비가 좋고 나쁜지를 판단하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석유품질관리원 김기호 박사는 "모터와 엔진이 서로 힘을 더하는 조건이 아니면 하이브리드차는 덩치에 비해 엔진이 작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져 연비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 초동의 한 주유소에서 본지 기자가 정확한 연료 소모량을 파악하기 위해 주행을 마친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기름을 채워넣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하이브리드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한다. 운전 조건이나 운전 습관에 따라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하이브리드차를 산 사람들이 특히 연비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 과연 하이브리드차의 연비는 과장된 것일까. 본지 자동차 팀이 직접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본지 자동차 팀 3명의 기자는 대표 하이브리드 3개 모델(도요타 프리우스·렉서스 CT200h·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을 몰고 실제 주행에 나섰다. 운전자마다 운전 방식이나 주행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세 명의 기자가 한날한시에 약 71㎞ 경로를 3개 구간으로 나눠 번갈아 타본 뒤 차별 실제 연비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대상 차종의 크기, 차급이 다르기 때문에 공인 연비와 실제 주행 연비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집중해 살피기로 했다. 시원하게 뚫리는 새벽 시간엔 공인 연비의 90% 수준에 육박하는 연비가, 막히는 시간대에 비까지 주룩주룩 내린 최악의 교통 상황에선 공인 연비의 60% 수준의 연비가 나왔다.
◇어떻게 시험했고, 어떤 결과 나왔나
테스트는 최근 평일 ①서울 중구 초동주유소에서 남산순환도로와 강남대로를 거쳐 역삼역까지 ②역삼역에서 88도로를 거쳐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까지 ③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88도로와 남산3호터널을 거쳐 초동주유소까지 3구간에서 걸쳐 두 번 진행됐다. ①번 구간에는 언덕길과 도심 도로, ②번과 ③번에선 통행량이 많은 번화가와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화도로를 포함해 다양한 운전 상황을 균형 있게 안배하도록 노력했다.
연비 계산은 자동차에 부착된 계기판과 트립 컴퓨터에 의지하지 않았다. 차량마다 자체 오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 전 모든 차의 주유구 입구에 가솔린이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 상태까지 채운 뒤 3개 구간을 모두 돌고 와서 다시 같은 상태로 가솔린을 채웠다. 주유된 가솔린 양으로 주행거리를 나눠 실제 연비를 계산했다.
첫 번째 테스트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금요일 진행했다. 밤 9시에 초동주유소에 모여 일제히 출발했다. 두 번째 운전자 교환지점까지는 악천후에 퇴근 시간이 겹쳐 극심한 정체를 빚었고, 밤 11시가 넘은 마지막 구간에서는 속도가 조금 났다. 하지만 정체가 풀리더라도 세 명 모두 시속 100㎞ 이상 무리한 가속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 결과, 71㎞를 달린 프리우스에는 주행 뒤 3.884L의 가솔린이 주유돼 실연비가 리터(L)당 18.3㎞로 나왔다. 29.2㎞/L인 공인 연비의 62.6%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방식으로 CT200h는 공인 연비 대비 72.3%,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60.3% 수준의 실망스러운 연비가 나왔다.
두 번째 날은 이전과 교통 상황이 정반대였다. 교통량이 매우 적었던 수요일 이른 아침 6시에 출발했다. 같은 방식으로 3명이 번갈아 테스트한 차의 연비는 프리우스가 24.3㎞/L, CT200h가 23.2㎞/L,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19.5㎞/L로 모두 공인 연비 대비 80~90% 수준의 높은 연비를 나타냈다.
◇체감 연비와 공인 연비 차이는 왜?
연비에 민감한 운전자들은 거의 모두가 공인 연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 운전 과정에서 공인 연비를 실현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인 연비 측정 방식은 실제 운전 상황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시행된 우리나라의 공인 연비 측정 방식은 197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지역 차량 흐름을 반영한 'CVS-75' 계산법을 적용했다. 주행여건, 주행거리, 교통여건, 온도, 기상여건 등 많은 요소가 연비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반영하기 어려운 측정 방식이었다.
정부는 공인 연비 측정 방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5-사이클(Cycle)' 연비 계산법을 도입, 자동차의 작동 상황을 시내 주행뿐 아니라 고속 주행, 급가속·급제동, 에어컨 가동 주행, 외기 온도 저온(-7℃) 주행 등 자동차의 모든 상황을 감안해 연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올해 4월 이후 출시된 신차들은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복합 주행(시내 주행 55%, 고속도로 주행 45%) 등 세 가지 수치의 연비를 발표하게 했다. 지식경제부는 이 방식에 의해 산출되는 복합주행 연비는 예전의 공인 연비보다 24% 정도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 일부 차종의 연비는 30% 이상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라마다 공인 연비 기준도 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같은 차종의 경우, 미국>한국(구연비 기준)>일본>유럽 순으로 연비가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 CC 3.6 V6 4모션의 국내 공인 연비(구연비)는 8.2㎞/L이지만 일본에서는 8.8㎞/L, 미국에서는 시내 7.2㎞/L, 고속도로 10.6㎞/L다. EU에서는 시내 6.6㎞/L, 고속도로 14.0㎞/L, 혼합 연비 9.9㎞/L다. 이번에 본지 자동차 팀이 실제 연비를 측정한 프리우스의 경우, 우리나라의 공인 연비는 29.2㎞/L이지만 일본은 30.4㎞/L(신연비·JC08방식), 35.5㎞/L(구연비)다.
김경배 도로교통공단 전문위원은 "공인 연비의 의미는 같은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어느 차가 연비가 좋고 나쁜지를 판단하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석유품질관리원 김기호 박사는 "모터와 엔진이 서로 힘을 더하는 조건이 아니면 하이브리드차는 덩치에 비해 엔진이 작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져 연비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