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보병사단의 6가지 취약점(양낙규기자의 디펜스클럽 발췌)

hankookhon 2012. 2. 21. 15:24

 

보병사단의 6가지 취약점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현재 북한은 평시 120만, 전시 900만의 지상군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핵 및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와 그 운반수단, 장거리 포병/방사포, 대규모 특수전 병력(20만) 및 이들을 신속하게 기동시킬 수 있는 AN-2기, 공기부양정 등 기습공격 전력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열악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와 전부대에 감시수단[UAV: 방현 I/II, Shmel, 제트엔진 무인기)] 및 야간 전투수단[전 편제화기로 소총에 장착하는 야간조준경: HA-2(탐지거리 1500m), HA-1(탐지거리 200m), NSP-3(탐지거리 400m), PGN-1(탐지거리 500m), PGN-2(탐지거리 500m)]을 배치시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복합적 군사위협’(hybrid military threat) - 전통적인 정규전 수행을 위한 재래식 군사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전투방식과 무기체계들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위협 - 을 가하는데 필수적인 전력을 증강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런 가공할만한 전력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 육군의 전술 핵심제대인 전방 보병사단의 현 대비태세 수준은 어떠한가? 너무나 많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제대별 작전책임지역(사단 30X60km2)을 UAV와 같은 감시수단이 아닌, 병사들의 맨 눈에 의존해서 감시하고 있다. 적이 눈앞에 나타나야 확인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북한군 보병사단은 연대·사단급에 UAV, 전 편제장비 야시장비·조준경을 배치시켜 운용하고 있다. 야시장비·조준경을 보유한 북한군이 지금 당장 야간기습 공격을 감행할 경우, 전방 한국군 보병부대는 많은 피해(병력손실)를 입을 수밖에 없다.

둘째, 사단에서 소대에 이르기까지 전장가시화(영상정보 통신기반체계, 난청극복과 기동 간 통신 가능) 공중중계체계가 필수적인데, 대대급 이하는 그것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지금 당장 북한이 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국군 보병부대는 눈과 귀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셋째, 실시간 표적 획득·전파, 기동성·생존성을 보유한 타격수단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육안감시 → 무선통신전파 → 구형 견인포 사격으로 기동성→정확성→사격시간 소요 면에서 북한군을 신속하게 제압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북한군 보병사단은 한국군의 3배 이상의 화력 및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주화율을 갖추고 있어 기습공격을 감행 할 시, 현재 한국군 보병부대의 화력체계로는 즉시적인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 바로 이것이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구형 견인포를 대체할 K-9 자주포 및 다양한 포병전력을 시급히 배치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넷째, 국방개혁으로 인해 확장되는 작전지역을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지상 및 공중수송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한군 보병사단은 차량화된 기동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군 보병사단의 기동은 전적으로 병사들의 튼튼한(?) 두 다리에만 의존하고 있다.

다섯째, 적 항공기 공격에 대한 방공능력이 전무하다. 발칸은 사거리가 짧고, 육안관측 및 수동식 추적으로 적 항공기의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총으로 적 항공기를 요격해야 되는 한편의 만화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여섯째, 감시, 기동, 화력, 방호 등의 제 전장기능이 불균형 상태에 있어 통합 전투력 발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포병 사거리는 20km인데 감시능력은 병사들의 맨눈(2km)에 의존해 감시·타격효과는 거의 없다. 이는 애초부터 제 전장기능을 통합하는 전력증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이런 6가지 대비태세상의 취약점은 현재 전방 한국군 보병사단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군 보병사단의 연간운영비 규모는 650억 수준으로, 전투기 1대 구입비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F-15K 1대는 1,500억, 이지스구축함 1척은 1조 5천억 정도다.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1척 구입비로 20개 사단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다. 이 정도면 육군을 ‘국가방위중심군’이라기 보다는, ‘국가방위취약군’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이후 美지상군 증원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기습 공격할 시 3배 이상의 북한 지상군을 단독으로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한국군 보병사단의 전력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지금 당장 북한이 휴전선을 통해 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현재의 한국군 보병전력으로는 즉시적인 대응 및 반격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 이는 절대 과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육군이 왜 이런 취약점을 제대로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10여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미래전 논의에서 해·공군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는 반면, 지상군의 중요성은 크게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 보병사단 전력증강에 필요한 예산을 획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90년대 말부터 미래전은 해·공군이 주도할 것이며, 지상군의 역할은 제한된다는 논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쟁수행에 있어 지상군의 중요성이 왜곡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전력증강에서 보병사단의 작전에 필수불가결한 전력들이 알게 모르게 축소되거나 도입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국방개혁 추진 간 차기전차, K1A1전차, 차기 IFV, 차룬형장갑차, K-10 탄운차, 천마성능개량, 차기대공포 등 많은 육군전력이 삭제/삭감되었고, 대대 UAV, 차기공격헬기도 계속 지연 중에 있다.

사실 걸프전(1991), 코소보전(1999), 아프가니스탄전(2001), 이라크전(2003)은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압도적인 항공력을 토대로 3차원적 공격범위(Kill-Box)를 설정, 24시간 유·무인 항공기를 동원해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해 놓고 시작한 공세적 작전이었다. 일례로 걸프전의 경우 첨단 항공력을 이용, 39일간의 폭격으로 적 지상군을 와해시켰다[항공기 2,780여대가 총 109,876회 출격(일일 2,555회)]. 코소보전은 78일간의 항공력을 이용한 폭격을 먼저 감행하였다[항공기 35,00회 출격, 23,000발의 폭격임무 수행)]. 아프가니스탄전은 11배나 되는 항공력 규모로 75일간 폭격을 수행하였다(항공기 4,500회 출격 12,000발의 유도탄 폭격)].

그런데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가니스탄전 모두 지상군 투입이전까지 전쟁을 끝내지 못하다가 결국 지상군을 투입해서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었다. 전쟁종결에는 지상군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교훈은 곧바로 이라크전에 적용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신속기동전략 개념’이다. 개전 후 14시간 30분 만에 지상군을 투입, 적 중심인 바그다드를 장악, 티크리트 점령 후 종전을 선언했던 것이다.

전쟁이 준비 → 방어 → 전환 → 공세 → 안정화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된다고 가정 할 때,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은 미국 및 연합국 측에서 볼 때 준비 → 방어 → 전환 단계가 생략된 공세 및 안정화 단계에서의 전쟁수행이었다. 공세 및 안정화 단계에서의 작전수행에는 적의 전쟁수행 의지를 초전에 와해시키는데는 공군력이 절대적이고, 또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고, 전쟁을 완전히 종결시키는데는 지상군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위의 전쟁을 통해 얻게 되는 핵심적인 교훈이다.

만약 한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소위 공세적 작전환경일 경우에는 위의 전쟁에서 도출된 교훈은 전략·전술적 차원에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북한이 한국을 선제공격할 경우에는 위의 교훈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한국군 보병사단은 준비 → 방어 → 전환에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어야만 공세 및 안정화 단계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벌어질 전쟁양상은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등에서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들이 보여준 공세작전 환경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위의 전쟁들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功자로서 주도권을 보유한 공격작전이었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한국이 防자의 입장에서 북한의 기습공격 이후에 반격을 수행하는 작전환경인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전장 환경(산악 70%, 북한지역 80%)과 사막지역인 중동지역(산악 15%)의 전장 환경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 산악지형에서의 전투는 지상군, 특히 보병부대만이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전(산악 75%)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을 비롯한 우리의 주변국들, 특히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이 보병사단 전투력을 경쟁적으로 증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미래전에 관한 논의 - 해·공군은 요리(전투임무 수행)를 하고, 지상군은 설거지(안정화)를 한다 - 자체가 한반도에서 벌어질 전쟁 - 방어작전 이후의 공세 및 안정화 작전환경 - 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군사 및 정치지도자들은 전쟁수행에 있어 공(功)자와 방(防)자의 전략·전술적 차이, 한반도 전장 환경, 그리고 각 군의 작전임무 및 과업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지상군 위주로 구성된 북한군(육:해:공 비율: 25:1:1)이 악천 후 둥 기상조건이 안 좋은 시기, 즉 장마철 야간에 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전방 보병부대는 공군력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단독으로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한반도는 연평균 120일이 강우로서 바람·안개·황사 등 전투기 출격 제한기간이 120~150일 가량됨). 지금과 같은 취약한 전력으로 어떻게 장마철 야간 기습공격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최악의 시나리오(Worst-case Scenario)에 입각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생각하게 되면, 우리 육·해·공·해병대 모두는 각자에게 부여된 고유의 작전임무 및 과업이 있는 것이고,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은 반드시 구축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군 보병사단이 처한 6가지 대비태세상의 취약점은 고유의 작전임무 및 과업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대비태세에 나서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