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권력 중독과 금배지 내려놓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권력에 대한 열정은 일종의 병이다. 도박이나 마약같이 심각한 중독을 수반하는 병이라는 말이다.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을 외
치지만 대부분은 ‘권력중독’에 걸렸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총선의 공천 경쟁률은 새누리당 3.97 대 1, 민주통합당 2.91 대 1이다. 이들의 출마의 변을 그대로
믿는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행복한 나라일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고귀한 분’이 이렇게 넘쳐나니 말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물러날
� 물러나는 것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롭다는 사실을 잘 알 텐데 제발 좀 그만두라고 해도 막무가내인 걸 보면 중독증상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이 권력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갖는 유형무형의 특권 때문이다. 이런 특권에서 비롯되는 권력 중독증은 엄청난 금단현상도 수반한다. 금단
현상의 첫 증상은 걸려온 전화를 스스로 받을 때 느끼는 처량함이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수행비서가 다 받아주었는데 이젠 스스로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자신을
초라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금단증상은 심리적으로 도저히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공황상태를 초래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정치인은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후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 거의 모든 종교를 섭렵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수님도 부처님도 성모 마리아도 정치인은 외면하는
모양인지 금단증세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신과 치료를 자청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자신의 금단현상에 대해 적극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처한 셈이다. 낙선자 대다
수는 이런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다. 물론 이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한철 장사인 정치 브로커들도 먹고살겠지만 친지나 가
족들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에 처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가족을 망치고 국민에게 해를 끼치고 국가를 파탄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정치를 정말 봉
사하는 직분으로 생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많은 유럽 국가처럼 의원들이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것뿐 아니라 개인 보좌제가 아닌 비서진 풀(pool)제를 도입해야 한다. 보좌진의 존재 이유는 국회의원들을 보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기 위
해서이다. 보좌진 풀제를 정착시키면 특정 상임위에서 오랜 경험을 한 보좌진을 분야별로 활용할 수 있어 입법 활동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원 보좌진의 직
업적 안정성이 확보되는 동시에 이번 박희태 국회의장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보좌진의 비리 연루도 막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운전사도 없애 의원
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만들면 민심을 더욱 잘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 속의 고통도 공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울상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비례해서 지역 대표성의 필요성이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물론 이렇게 되면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울상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비례해서 지역 대표성의 필요성이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구를 광역화해 그 수를 대폭 줄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역구가 광역화되면 지역 관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정책으로 승부하려는 상황이 정착
돼 지역 관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는 돼야 정치가 괴롭게 되고 정말 봉사하려는 이들만이 하는 분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지역구 수를 줄이는
것이 곧 자신들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자세부터 버려야 가능하겠지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