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섬 줄기·바다안개·연푸른 논이 한 컷에
새만금방조제 중간에 위치한 ‘신시도’
경향신문 | 군산 |
완공 1년이 조금 지난 새만금방조제는 무지막지했다. 한없이 길고 거대한 바다 위의 무법자는 태곳적부터 거기 있었던 바다의 눈과 코와 입을 바꿔놓았다. 어안이 벙벙한 채 방조제 위를 달리다 보면 '인간이란 대체 뭘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방조제 가운데 신시도(新侍島)라는 섬이 있다. 예전엔 군산항에서 1시간 반가량 배를 타야 갈 수 있던 곳이다. 지금은 죽 뻗은 신작로를 아무 생각없이 달리기만 하면 10~15분 안에 닿는다. 신시도 곳곳을 걸었다. 신시도는 영문을 몰라하는 것 같았다. 무법자의 등장에 무심한 듯 숨죽이고 있었다.
시작은 신시도 주차장에서부터다. 방조제를 달리다보면 '새만금 휴게소'의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끝에선 새만금방조제 배수관문으로 물이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등산로 표지판이 있는 곳부터 바로 등산 시작이다. 월영재라는 고개를 넘어야 비로소 신시도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근처 항에서 배를 빌려 타고 마을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걸어 들어가는 길은 이곳 하나다. 마을 사람들도 이 고개를 넘어 섬을 드나든다. 지금 주차장 근처에선 배를 타지 않고 산 허리를 돌아 마을로 바로 들어가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2013년에 완공이라니 그때부턴 고개를 넘을 일도 많지 않겠다.
처음부터 경사가 꽤 가파르다. 10분도 안 돼 땀이 줄줄 흐른다. 대신 고군산군도와 신시도 마을과 서해가 두루 내려다보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방금 전까지 시각을 장악하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생각하면, 꽤 그럴 듯한 반전이다. 마을에는 바닷물을 막아 만든 꽤 넓은 논과 저수지가 있다. 연푸른 논이 예쁘다. 날씨가 맑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 주변의 바위들은 얇은 판자를 겹겹이 겹쳐놓은 듯한 기이한 형태의 주상절리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책이 겹겹이 산 허리 책꽂이에 꽂혀있는 듯하다.
월영봉까지는 20분가량이면 간다. 짧은 시간을 올라도 전망 좋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실용적인' 산. 이래봬도 고군산군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월영봉 정상에 안내판이 붙어 있다.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서 단을 쌓고 놀았다. 여기서 글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고 하니…' 멀리 구불구불 섬 줄기와 안개가 아스라하다.
월영봉을 지나 마을까지 고즈넉한 길이 이어진다. 신시도 길은 그간 걸어본 여러 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축에 속한다. 마을에 내려서면 월영산과 대각산 사이 우묵하게 들어간 곳에 몽돌해수욕장이 이어진다. 서너개의 쉼터만 있는 작고 귀여운 해변이다. 양감이 느껴지는 뭇 몽돌해수욕장의 돌과 달리, 이곳의 몽돌은 둥글긴 한데 호떡집 아줌마가 눌러 놓고 간 듯 납작하다.
땀을 식히고 다시 대각산 등산로에 들어선다.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월영산과 풍광은 비슷한데, 바위구간이 쉼없이 이어져 다소 힘들 수 있다. 능선 양쪽이 탁 트여 바다와 마을이 줄곧 내려다보인다. 전망대까지는 40~50분 걸린다. 그늘이 없어 땡볕에는 많이 더울 것 같다. 철제로 만들어진 전망대는 생뚱맞지만 올라가면 고군산군도 일대가 탁 트인 채 내려다보인다. 이미 여러번 호강한 눈엔 처음만은 못해 보인다.
마을길을 걸어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산을 넘어 왔으니 돌아 갈 때는 쉬엄쉬엄 걷는 길을 택한다. 안골저수지를 지나 논 사이로 계속 걷는다. 풀 뜯는 소들이 곳곳에 있다. 잠깐 그 앞에 서니 송아지가 달려와 코를 킁킁 댄다.
월영재 입구에 닿기 직전 마을 사람들이 쌓아놓은 둑이 있다. 둑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갯벌, 왼쪽은 논이다. 바닷물을 막아 벼농사를 짓기 위해 오래 전에 만든 둑이다. 이 정도의 둑이,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을 수 있는 둑이다. 그 위로 오토바이가 달리고 자전거가 지나가고 사람이 걷는다. 이제 저 고개를 넘으면 다시 '바다 위의 만리장성' 새만금방조제를 맞닥뜨릴 것이다.
▲ 여행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군산IC로 진입해 비응항, 새만금 방조제, 야미도를 거쳐 신시도 주차장까지 간다. 주차장에 월영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거기부터 걷기 코스가 시작된다. 주소는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리.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0-6110, 옥도면사무소 (063)442-0442
●기자가 걸은 코스는 다음과 같다. 갈 때는 산으로 올라 능선을 타고 마을로 내려가고, 올 때는 마을 길을 따라 쉬엄쉬엄 돌아오는 길이다. '구불길' 7코스와도 코스가 겹친다. 4~5시간가량 소요. (갈 때)신시도주차장~월영재~월영봉(198m)~몽돌해수욕장~대각산전망대(187m)~신시도 마을~(올 때)안골저수지~월영재~신시도 주차장
●새만금 방조제는 차량 진입 제한 시간을 두고 있다. 오전 8시~오후 7시. 따로 바리케이드를 치거나 하진 않는다.
●신시도 마을 안에 민박집이 몇 곳 있다. 황토펜션(063-463-5311), 해뜨는민박(063-465-8755) 등. 군산 쪽으로 나오면 방조제 시작점에 호텔과 모텔들이 있고, 나운동, 조촌동 쪽에 모텔촌이 있다.
●군산 하면 짬뽕. 전국 5대 짬뽕집에 속하는 쌍용반점(063-445-2633)과 복성루(063-445-8412). 쌍용반점 짬뽕은 5000원, 복성루는 5500원. 폐교를 개조해 만든 옹고집쌈밥(063-453-8883)은 쌈밥 8000원, 돌게장정식 9000원. 직접 담근 장을 팔기도 한다.
시작은 신시도 주차장에서부터다. 방조제를 달리다보면 '새만금 휴게소'의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끝에선 새만금방조제 배수관문으로 물이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등산로 표지판이 있는 곳부터 바로 등산 시작이다. 월영재라는 고개를 넘어야 비로소 신시도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근처 항에서 배를 빌려 타고 마을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걸어 들어가는 길은 이곳 하나다. 마을 사람들도 이 고개를 넘어 섬을 드나든다. 지금 주차장 근처에선 배를 타지 않고 산 허리를 돌아 마을로 바로 들어가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2013년에 완공이라니 그때부턴 고개를 넘을 일도 많지 않겠다.
대각산 중턱에서 바라본 신시도 일대. 멀리 월영산 줄기가 보이고, 왼쪽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몽돌해수욕장이 살짝 보인다. 오른쪽은 주민들이 바닷물을 막아 만든 논이다.
처음부터 경사가 꽤 가파르다. 10분도 안 돼 땀이 줄줄 흐른다. 대신 고군산군도와 신시도 마을과 서해가 두루 내려다보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방금 전까지 시각을 장악하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생각하면, 꽤 그럴 듯한 반전이다. 마을에는 바닷물을 막아 만든 꽤 넓은 논과 저수지가 있다. 연푸른 논이 예쁘다. 날씨가 맑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 주변의 바위들은 얇은 판자를 겹겹이 겹쳐놓은 듯한 기이한 형태의 주상절리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책이 겹겹이 산 허리 책꽂이에 꽂혀있는 듯하다.
월영봉까지는 20분가량이면 간다. 짧은 시간을 올라도 전망 좋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실용적인' 산. 이래봬도 고군산군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월영봉 정상에 안내판이 붙어 있다.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서 단을 쌓고 놀았다. 여기서 글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고 하니…' 멀리 구불구불 섬 줄기와 안개가 아스라하다.
월영봉을 지나 마을까지 고즈넉한 길이 이어진다. 신시도 길은 그간 걸어본 여러 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축에 속한다. 마을에 내려서면 월영산과 대각산 사이 우묵하게 들어간 곳에 몽돌해수욕장이 이어진다. 서너개의 쉼터만 있는 작고 귀여운 해변이다. 양감이 느껴지는 뭇 몽돌해수욕장의 돌과 달리, 이곳의 몽돌은 둥글긴 한데 호떡집 아줌마가 눌러 놓고 간 듯 납작하다.
쉼터 앞 평상에 앉아 숨을 돌린다. 출발한지 1시간 반 정도 지났다. 해변은 고요하다. 멀리 고깃배에서 들리는 쿵짝 쿵짝 노래소리가 곁에서처럼 들린다. 가겟집 아주머니는 "오늘은 평일이니까 그렇지, 주말엔 사람 많아요" 한다. 오후 3시인데 가게 일을 정리하는 중이다. "서울서 살다가 1년 전에 들어왔어요. 남편 형들이 여기 살아서. 살기 너무 좋아요. 1년 전요? 그땐 여기 아무 것도 없었어요. 방조제 들어와서 이런 것도 생긴 거지." 해수욕장 옆으론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바다, 산, 초지, 소, 섬, 논이 한눈에 보이는 이질적인 풍경이다.
땀을 식히고 다시 대각산 등산로에 들어선다.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월영산과 풍광은 비슷한데, 바위구간이 쉼없이 이어져 다소 힘들 수 있다. 능선 양쪽이 탁 트여 바다와 마을이 줄곧 내려다보인다. 전망대까지는 40~50분 걸린다. 그늘이 없어 땡볕에는 많이 더울 것 같다. 철제로 만들어진 전망대는 생뚱맞지만 올라가면 고군산군도 일대가 탁 트인 채 내려다보인다. 이미 여러번 호강한 눈엔 처음만은 못해 보인다.
대각산 오르는 길. 판자를 겹쳐놓은 듯한 주상절리의 암릉 구간이 길게 이어진다.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대각산 전망대.반대쪽 길을 따라 30분가량 산을 내려가면 마을로 이어진다. 신시도리는 섬마을치고 꽤 큰 편이다. 마을에 초등학교도 하나 있다. 전교생 7명의 아담한 학교다. 40대 교사는 뒷자리에 손님을 태운 채 오토바이에 올라있다. "퇴근하는 선생님과 섬 밖으로 나가는 주민들을 태워다 드리는 거예요. 여기선 제 주 업무가 이거예요"라며 웃는다. 처음에 넘어온 고개, 월영재 입구까지 사람들을 태워다 준다는 것. 사람들은 거기서 내려 손을 흔들고, 느릿느릿 고개를 넘어 섬 밖으로 나간다.
마을길을 걸어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산을 넘어 왔으니 돌아 갈 때는 쉬엄쉬엄 걷는 길을 택한다. 안골저수지를 지나 논 사이로 계속 걷는다. 풀 뜯는 소들이 곳곳에 있다. 잠깐 그 앞에 서니 송아지가 달려와 코를 킁킁 댄다.
월영재 입구에 닿기 직전 마을 사람들이 쌓아놓은 둑이 있다. 둑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갯벌, 왼쪽은 논이다. 바닷물을 막아 벼농사를 짓기 위해 오래 전에 만든 둑이다. 이 정도의 둑이,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을 수 있는 둑이다. 그 위로 오토바이가 달리고 자전거가 지나가고 사람이 걷는다. 이제 저 고개를 넘으면 다시 '바다 위의 만리장성' 새만금방조제를 맞닥뜨릴 것이다.
▲ 여행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군산IC로 진입해 비응항, 새만금 방조제, 야미도를 거쳐 신시도 주차장까지 간다. 주차장에 월영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거기부터 걷기 코스가 시작된다. 주소는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리.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0-6110, 옥도면사무소 (063)442-0442
●기자가 걸은 코스는 다음과 같다. 갈 때는 산으로 올라 능선을 타고 마을로 내려가고, 올 때는 마을 길을 따라 쉬엄쉬엄 돌아오는 길이다. '구불길' 7코스와도 코스가 겹친다. 4~5시간가량 소요. (갈 때)신시도주차장~월영재~월영봉(198m)~몽돌해수욕장~대각산전망대(187m)~신시도 마을~(올 때)안골저수지~월영재~신시도 주차장
●새만금 방조제는 차량 진입 제한 시간을 두고 있다. 오전 8시~오후 7시. 따로 바리케이드를 치거나 하진 않는다.
●신시도 마을 안에 민박집이 몇 곳 있다. 황토펜션(063-463-5311), 해뜨는민박(063-465-8755) 등. 군산 쪽으로 나오면 방조제 시작점에 호텔과 모텔들이 있고, 나운동, 조촌동 쪽에 모텔촌이 있다.
●군산 하면 짬뽕. 전국 5대 짬뽕집에 속하는 쌍용반점(063-445-2633)과 복성루(063-445-8412). 쌍용반점 짬뽕은 5000원, 복성루는 5500원. 폐교를 개조해 만든 옹고집쌈밥(063-453-8883)은 쌈밥 8000원, 돌게장정식 9000원. 직접 담근 장을 팔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