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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수상 도로’, 화천 산소길

hankookhon 2011. 6. 21. 12:09

시원한 ‘수상 도로’, 화천 산소길

시사INLive | 정갑철 |

 



화천 산소(O2)길은 화천 읍내 북한강변에 시원하게 닦인 30여㎞의 길을 말한다. 평탄하고 굽이가 적어서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다. 길은 읍내 붕어섬에서 시작하는데 때때로 부교 형태로 강 위를 지나거나, 비탈길 곁을 아슬아슬하게 지난다. 저녁 무렵이면 간혹 멋대로 자란 수초 사이에서 원앙과 물오리 떼가 먹이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걸음을 재촉하며 대이리를 지날 즈음 여섯 바위로 이루어진 미륵바위가 나타난다. 미륵을 닮은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왜 미륵바위라고 부를까? '큰형님' 바위라고 해봤자 키가 겨우 170㎝밖에 안 되는데 말이다. 전설에도 조선 말엽 이곳 마을에 장 아무개라는 선비가 살았고, 그 선비가 이 바위 앞에서 정성을 들여 장원 급제했다는 사연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미륵바위는 비밀의 바위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입시철에는 이 바위가 '청탁 절'을 참 많이 받는다.





화천군청 제공 산소길의 백미 '수상 도로'는 1㎞ 남짓 북한강 물 위에 놓여 있다.


시원한 '산속의 바다'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화천수력발전소가 나온다. 현존하는 수력발전소 중 가장 연로하다. 근처에는 '꺼먹다리'라는 '해괴한 이름'의 다리도 있다. 꺼먹이라니? 눈치챘는지 모르지만, 꺼먹은 수명 연장을 꾀하려고 다리에 칠한 까만 콜타르를 뜻한다. 근처에는 딴산도 있다. 딴산 역시 '그 이름 참 촌스럽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딴산 처지에서는 '다른 산과 이웃하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 있어서' 외로울 뿐이다.

건너편, 여름에 엄청난 물줄기를 뿜어대며 피서객들을 유혹하는 인공폭포를 지나 상류 쪽으로 오르면, 어마어마한 시멘트 덩어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10억1800만t의 물을 가두고 있는 화천댐이다. 이 댐이 품고 있는 물이 '산속의 바다'라 불리는 파로호이다. 원래 이름은 대붕제였는데,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을 크게 무찔러 파로호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구가 고개'를 지나면 산소길의 대명사 '수상 도로'에 들어선다. 부교처럼 생긴 도로는 1㎞를 산 쪽 물 위로 지난다. 의외로 흔들림이 없어 안전하다. 이어서 펼쳐지는 강변 숲길. 봄이면 이곳에는 산나물이 지천이고, 가을에는 머루·다래가 땅바닥에 구를 정도로 많다.

숲속 길을 빠져나와 강변을 따라 시원하게 걷다보면 다시 출발지가 나타난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일상에서 벗어나 화천 산소길 탐방을 해보기 바란다.
축지법을 쓰듯 성큼성큼 소개했지만, < 시사IN > 독자들은 한 발 한 발 차분한 체험이 되기 바란다.





정갑철 (화천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