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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봄날, 가고 싶은 섬 매물도

hankookhon 2011. 5. 12. 21:53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봄날, 가고 싶은 섬 매물도

레이디경향 |

 


ㆍ아날로그적 감성을 찾아 걸어서 섬 한 바퀴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등 5월을 수식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 그런데 그 모든 수식어를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본다면 '여행하기에 좋은 5월, 가족과 함께 떠나자'가 되지 않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판치는 디지털 시대에 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왠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가득할 것만 같다. 저 멀리에 있을 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아 매물도에 다녀왔다.



통영 서호시장 터줏대감들이
여행자를 맞이하는 방법은?


매물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을 찾았다. 출항까지 1시간이 조금 더 남은 시각. 뭘 할까 고민할 것도 없이 여객선터미널 앞에 있는 서호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선 출출한 배를 채울 생각에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먹을거리를 찾아봤다.

통영 하면
충무김밥이 워낙 유명하지만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먹을 수 있는 간편한 한 끼 요깃거리가 된 지 오래. '다른 특별한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시장 안으로 향했다.

시장 상인들은 따뜻한 봄날이지만 찬 바닷바람과 맞서기 위해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 중, 파란색 옷을 입고 에어로빅 동작을 하는 듯한 아주머니를 발견했다.

"아주머니, 지금 뭐 하세요?" 묻자, 들고 있는 카메라에 눈을 맞추더니 "와예, 사진 찍어줄라꼬예?" 하신다.

"제 카메라는 잘 웃어야 사진이 찍히는데 어쩌죠?" 하고 농을 받으니, 아주머니 역시 "내는 잘 찍어야 웃는데" 하며 받아쳤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바닷바람을 맞아 더욱 투박하고 억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행자와 농담을 주고받으시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연신 잔잔한 미소가 넘쳤다.



1 통영 서호시장의 풍경. 2 서호시장에서 에어로빅을 하며 여행자에게 인사를 하는 아주머니. 3 통영에는 충무김밥보다 맛있는 시래기국밥이 있다. 4 서호시장에서 35년간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모습.


'원조시락국' 간판이 붙은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다른 메뉴는 없이 그냥 앉으면 시락국이 자동으로 밥상에 올려졌다. 그 맛이 궁금해서 국물을 먼저 맛봤다. 경상도식 추어탕 맛이었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전라도식에 비해서 깔끔한 것이 특징인데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것이 '산초가루'이다. 그 싸한 맛은 중독성이 있는지라 이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 향신료이다. 식당의 모든 밑반찬은 뷔페식으로 셀프 서비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접시에 담아 먹으면 그만이다.

든든하게 배 속을 달래줬으니 이제 슬슬 나가볼까 하는데 밖에서 '탕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궁금한 마음에 가게 문을 열고 나서니 수십 년은 된 듯한 대장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환갑을 훨씬 넘긴 어른이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어리를 망치로 내려치고 있었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대장장이로 일해오셨다는 할아버지. 그는 시장 한편에 자리 잡은 채 세월을 두드리고 있었다. '탕탕탕', 그가 지금 내려치는 것은 쇳덩이가 아니고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통영 서호시장의 터줏대감들은 그렇게 여행자를 객이 아닌 이웃으로 맞이한다.



매물도에는 동백나무가 유별나게 많다. 푸른 바다와동백나무가 조화롭다.


유명한 곳이 좋다면 소매물도,
호젓한 여행을 원한다면 매물도로 가자!


여행자를 실은 배는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여를 달려 매물도 대항마을 선착장에 토해놓았다. 과자 CF로 유명해진 소매물도에 비해 매물도는 찾는 이가 적은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섬 여행은 육지에서의 번잡스러움을 피해 짧은 일탈을 꿈꾸는 이들이 즐기는 여행 테마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좁디좁은 섬에 빼곡히 들어앉은 사람들을 만나면 '이게 무슨 섬 여행이야' 하고 실망하게 마련이다. 허나 매물도는 섬 여행 마니아들에게 호젓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선사한다.

그런데 조용한 섬, 매물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도저가 길을 닦고, 펜션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여기저기 외지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들어서는 그런 변화의 바람이 아니다. 매물도의 자원을 이용해서 자연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낭만의 섬, 가고 싶은 섬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맛을 즐겨보고 싶은 마음에 '어부밥상'이라는 이색적인 음식에 도전해봤다.

"미역을 따서 싸 먹었다 카데예, 한번 잡사보이소" 하며 내미는 대항마을 이장 사모님의 손에 들려진 성게 미역쌈을 염치 불구하고 받아 먹어봤다. 입 안 가득 성게와 미역이 '바다의 참맛'을 전했다. 짭조름하면서 약간 비릿한 그렇지만 개운한 맛, '세상에 이렇게 비싼 음식을 먹을 게 없어서 그냥 싸 먹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한 입 가득 먹으면서 또 쌈을 싸달라고 응석을 부리고 싶을 만큼 특이한 맛이었다. 어부밥상은 통영시가 2007년부터 섬 문화자원의 고유가치를 살려 새로운 문화관광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가고 싶은 섬 매물도' 시범사업으로 개발한 것이란다.



1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친근한 간판과 이야기가 마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2 붉은색 지붕과 파란색 물통이 가득한 대항마을을 뒤로하고 걷는 모습의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대항마을의 이장님은 창원공단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귀향한 40대의 젊은 기수이다. 예쁜 강원도 색시를 얻어 무척 행복하다는 그는 스킨스쿠버 마니아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킨스쿠버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강원도 부인을 얻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1 매물도에서 즐기는 바다낚시와 스킨스쿠버. 스킨스쿠버는 대항마을 이장님이 직접 강습해주신다. 2 바다 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어부밥상. 3 매물도에서는 수십 마리의 염소를 방목해 키운다. 여행자는 염소와 함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 집사람 어머니가 원래 제주도 해녀거든예. 그래서 제가 스킨스쿠버 가르쳐서 해녀시킬라고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까, 중이염이 있어서 바다에 들어가면 안 된다 카네예. 완전히 속았다 아입니까(웃음)…".

호탕하게 웃는 남편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부인의 모습까지 영락없는 천생연분이다.

눈은 시원하고 가슴은 부푸는
물 한 병과 카메라만 들고 떠나는 섬 일주


매물도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섬 일주. 그 길에 많은 짐은 필요 없다. 목을 축일 수 있는 물 한 병과 눈으로만 보고 돌아서기 아까운 아름다운 풍경을 찍을 카메라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섬 일주는 당금마을 선착장에서부터 시작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 동안 호기심 가득한 눈에는 아기자기한 어촌마을의 속살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제주 해녀를 데려온 할머니' 같은 것인데 이런 표지판은 실제 그 집에 살고 있는 섬 주민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과거 매물도에 해녀가 없던 시절에는 제주 해녀들이 이곳으로 와 매해 봄부터 가을까지 바다에서 해산물 채취를 도왔습니다. 이후 매물도에 해녀가 생겨난 유래가 되었습니다. 당시 해마다 제주 해녀들을 인솔해왔던 노계춘 할머니는 이곳에 정착해서 살고 계십니다'가 팻말의 전문이다.

주민들이 살아온 생활터전을 훼손하지 않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낸 점이 특징이다. 당금마을 구경을 마치고 폐교를 찾았다. 1963년부터 2005년까지 43년간,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의 아이들을 길러낸 학교이다. 폐교를 지나 왼쪽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일출을,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예전에 이곳은 학생들이 봄소풍 장소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소풍 때 찾지 못한 숨은 보물이 아직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출을 봤다면 일몰도 함께 구경하자. 바다 저편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섬에서의 감상은 절정에 다다른다.


발아래 펼쳐진 옥빛 바다와 올망졸망한 어촌마을을 카메라에 담은 후 5.2km의 매물도 탐방길에 나섰다. 당금마을에서 대항마을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를 걷다 보면 대나무 숲과 동백나무 군락지, 돌 계단 등 다채로운 길들을 만날 수 있다.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인 풍광에 다다른다. 망망대해의 푸른 바다와 홀연히 맞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다 보면 지난 날 육지에서의 스트레스는 일순간에 날아간다.

바다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바로 엽서가 되는 곳이 매물도 탐방로이다. 이토록 멋진 곳이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어 '천만다행이다'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밀려온다. 남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매물도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친숙한 자연이 되어버린 곳,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먼저 인사를 건네보자. 작은 눈인사에도 큰 인사로 화답하는 곳, 사람의 정이 넘치고 여행자를 객이 아닌 이웃으로 맞이하는 곳이다. 여행하기에 좋은 5월, 가고 싶은 섬, 문화의 섬, 매물도로 떠나보자. 그리고 감성 깊은 아날로그를 추억하자.

임운석이 추천하는_플러스 원 여행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신선이 사는 섬 서해안의 보물섬
선유도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놀다 갔다는 선유도는 일상을 잠시 탈출한 여행자에게 선계(仙界)의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곳이다. 지금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지만 2012년이면 다리가 연결되어 육지와 섬이 공존하는 곳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시끄러운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기 전에 선유도에서 신선놀음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흔히 말하는 선유도는 '
고군산군도'를 뜻하며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등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이다. 섬들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들이 풍성하기 때문에 서해안 최고의 가족 섬 여행지로 추천한다.

군산에서 선유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유람선과 여객선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유람선은 고군산군도(선유도)를 상세한 설명과 함께 배를 타고 유람하는 것으로 1시간가량 소요된다. 만약 선유도에서 하룻밤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된다. 선유도에서 1박을 할 경우 서해안 수평선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의 감동을 가슴에 담아올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운항시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사전에 배편을 확인하고 전화 예약은 필수이다.

월명유람선(http://wmmarine.com, 유람선: 063-445-2240, 여객선: 063-462-4000)
한림해운(http://www.hanlimhaewoon.co.kr/, 063-461-8000)

매물도 가는 길

▲ 거제 저구항-매몰도
저구 출항 8:30/11:30/13:30/15:30
당금 출항 9:00/11:30/14:00/16:00
대항 출항 9:08/11:38/14:08/16:08
소매물도 출항 9:20/11:50/14:20/16:20
㈜매물도 해운 055-633-0051

▲ 통영-매물도
통영 출항 7:00/11:00/14:00
당금 출항 8:40/11:00/14:00
대항 출항 8:30/12:35/15:30
소매물도 출항 8:15/12:20/15:45
㈜섬사랑 055-633-3717

▲ 문의 & 비상연락처
당금마을 이장 010-8929-0706
어촌계장 010-3844-9853
대항마을 이장 010-4847-9696
어촌계장 010-6340-1514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에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아웃도어 전문업체의 로드플래너 및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 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