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4개 섬 뚜벅뚜벅… 길 시작되니 ‘吉’ 보이네
고군산군도 25㎞ 구불길, 하트 모양 해변·칠게들이 빚어놓은 백사장·야생화 물결…
문화일보 | 박경일기자 |
↑ 고군산군도에 도보여행 코스가 만들어지면서 새로 오솔길을 낸 남악산 대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선유도의 모습. 망주봉 발밑으로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와 하트 모양의 명사십리 해안이 펼쳐져 있다. 망주봉 너머로는 첩첩이 겹쳐진 섬들이 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도보여행 길 중에서 ‘이곳의 경치가 최고’라고 했다.
섬으로 건너가 그 길을 미리 걸었습니다. 선유도를 위시한 고군산군도의 절경이야 익히 알려진 것. 육지의 차량을 들이지 않으면서 자전거 여행 또한 일반화된 곳입니다. 그러나 코스를 짚어 섬과 섬을 건너며 두 발로 딛고 걸어 보니 곳곳에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새삼스러운 아름다움과 맞닥뜨렸습니다. 발길 닿는 곳 어디나 매혹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선유도의 대봉 위에 올라서서 굽어 본 풍경이 압권 중의 압권이었습니다. 불그레한 바위산인 망주봉과 그 아래로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를 끼고 있는 하트 모양으로 굽은 명사십리 해변이 이어진 풍경은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짙은 안개 끝에 서서 부드러운 해조음과 괭이갈매기와 노란부리도요의 울음소리를 따라가며 걷는 길. 밤새워 칠게들이 모래로 작은 구슬을 빚어 놓은 백사장을 걷기도 하고, 사철 푸른 활엽수와 청신한 솔숲에 피어난 야생화를 길잡이 삼아 타박타박 딛기도 했습니다. 간혹 길을 잃기도 했지만 선유(仙遊), 즉 '신선(仙)들이 노는(遊)' 섬에서 잠깐 길을 잃은 것쯤 무어 대수겠습니까.
유유자적. 그 섬에서의 걸음이 이렇습니다. 섬에서 하루쯤 머물 요량이라면 그 섬에서는 욕심을 부릴 것도, 걸음을 재게 놀릴 필요도 없습니다. 밀물 때면 그득한 해수욕장을, 썰물이면 넓게 펼쳐지는 갯벌을 만나면 되고, 한낮이면 은판사진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저물녘에는 온통 붉게 물들어 스러지는 낙조를, 밤이면 달빛을 받아 고요한 바다를 만나면 그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