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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방사능 바닷물' 공포…해양 휴양지 비상

hankookhon 2011. 4. 11. 14:19

올 여름 '방사능 바닷물' 공포…해양 휴양지 비상

중앙일보 | 심영규 |

 


전세계 대표적인 해양 관광지들이 일본발 방사능 공포에 안절부절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결사대'까지 동원했지만 방사능물질은 바다로 직접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원전에서 30㎞ 떨어진 지점, 수심 113∼160m 아래에서 채취한 심해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방사능 물질이 축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양 관광지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정될 기미도 없다. 오히려 일본은 대량의 방사능 오염물을 몰래 바다에 버리기까지 했다.

유출되고, 버려진 방사능 물질은 해류를 타게 된다.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가 21시간이 지나 수만 ㎞ 떨어진 칠레에까지 밀려 갔었다. 해류를 타면 방사능물질이 하와이, 미국 서부, 괌, 필리핀, 대만까지 급습할 수 있다. 물론 제주도와 부산 해운대 등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각국 정부는 "바다 오염이 없다"고 단정하지 않고 있다. 대기중 방사능 물질과 관련 이미 한차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각 국은 자국에는 방사능 물질이 오지 않는다고 공언했었다. 한국이 그랬고, 필리핀, 중국이 그랬다.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후쿠시마 앞바다는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오야시오 한류와 남에서 북으로 올라와 태평양 동쪽으로 흐르는 쿠루시오 난류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에 유입된 방사성 물질이 해류를 따라 일본 동쪽으로 이동해 태평양으로 흐르기 때문에 한반도 연안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류가 태평양을 건너며 북태평양해류가 된 후 캘리포니아해류와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서부지역을 돌아 북적도해류와 만난 뒤 필리핀과 대만을 거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 즉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닷물이 태평양 전역을 휘감아 돌게 되는 것이다.

이재학 한국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은 "바다로 흘러나온 방사능 물질이 해류를 타고 하와이, 미국 서부, 괌, 필리핀, 대만 그리고 일본 큐슈 지역을 거쳐 다시 한국 연안까지 도달한다"고 말했다. 수년에 걸쳐 방사능 해류는 계속 순환하게 된다고 한다.

해양연구원의 강현우 박사(지구시스템모델연구)는 "정확한 해류 자료는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알겠지만, 알래스카나 캐나다 연안도 방사능 물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바다를 끼고 있는 여름 휴양지들은 비상이다. 미국 하와이관광청 관계자는 "태평양 쪽으로 방사능이 온다는 소식에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업계 종사자들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벌써 이달부터 신규 (관광)수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년 내내 관광객으로 북적여야 할 하와이에 발길이 뜸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 관광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방사능으로 인한 관광타격이 없다"면서도 "(향후 전망을)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는 "대표적인 휴양지인 해운대에는 연간 2000만명이 오는데 성수기를 앞두고 방사능 영향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치는 크루즈선 같은 경우는 1만 명 정도가 취소해 관광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도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방사능 공포가 일본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대돼 여행업계에 타격을 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