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추적] 의혹투성이 공군 수송기 CN-235 도입사업|

hankookhon 2011. 4. 7. 19:51

 

기사 1999년 신동아

IMF로 온 국가가 휘청거리고 있을 때 뜬금없이 인도네시아산 수송기 도입.

작년말 결정된 해경의 인도네시아산 초계기 도입결정과 비교.

[추적] 의혹투성이 공군 수송기 CN-235 도입사업

전력증강은 뒷전, 국방예산만 낭비

인도네시아산 공군 수송기 도입을 둘러싼 의혹이 무성하다. 도입선 변경 과정에 구매절차, 계약내용, 납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의문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급기야 국회와 국방부가 사업의 계속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무능한 군수행정이 빚은 과실인가, 의도적인 국제 사기인가. 국방부의 공군 중형수송기 CN-235 후속 도입사업이 의혹 속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8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자민련 이동복 의원은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의 의결사항을 송두리째 무시하면서 이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로부터 8대의 CN-235기를 1억4340만달러에 도입하고, 같은 금액만큼의 국산 방산물자를 인도네시아로 대응 수출하는 구상무역.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대응구매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 수송기는 국제감항(監航)기구의 형식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납기가 지연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가 이 문제들을 6월30일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사업예산 집행을 보류한다’고 의결했고, 국방부도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아직껏 국회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국방부가 이제 와서 국회의 의결 내용을 왜곡하면서까지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 한다는 게 이의원의 지적이다.
--------------------------------------------------------------------------------
무기 구매절차·원칙 안 지켜
--------------------------------------------------------------------------------
CN-235는 병참 공수, 낙하산 병력 투하, 해안 초계, 탐색 구조, 조명탄 투하 등에 다목적으로 활용되는 수송기. 야간과 악천후에도 작전이 가능하며, 원래 민수용으로 개발된 기종이라 소음과 진동도 적은 편이다.
우리 군은 방위력개선사업의 일환으로 93∼94년 스페인 항공기 제작사인 CASA로부터 12대의 CN-235를 도입, 운용해오면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 96년과 지난해,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이 침투했을 때는 완벽한 야간 조명작전을 펼쳐 포위망을 좁힐 수 있었다.
국방부는 CN-235가 우리 지형에 적합하고 작전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 이 기종을 추가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CN-235의 후속 도입선을 돌연 인도네시아의 국영 항공기 회사인 IPTN으로 변경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앞서 92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수하르토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IPTN의 CN-235를 한국에 수출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어 94년 2월에는 수하르토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구매를 요청하는 친서를 보냈고, 김대통령이 ‘차기 수요 발생시 검토하겠다’는 답서를 보내면서 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그 해 12월 한국-인도네시아 군수공동위 회의에서 양국간 대응구매 문제가 논의된 후 몇차례의 회의를 더 거쳐 95년 12월 국방부 획득협의회에서 도입선이 IPTN으로 결정됐고, 2년 후인 97년 12월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과정에 국방부는 정상적인 무기 구매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①구매견적서, 기술사양서 요청 및 접수 ②기술 검토 ③현지 평가 ④기술 및 가격 협상 ⑤획득협의회 심의로 진행됐어야 했다. 그런데 이 사업은 ①획득협의회 심의(95.12) ②현지 평가(96.1) ③구매견적서, 기술 사양서 요청 및 접수(96.7∼8) ④기술 검토 ⑤기술 및 가격 협상으로 순서가 뒤바뀐 채 추진됐다. 획득 협의회에서 미리 도입선부터 결정하고 나서 다른 요건들을 끼워 맞춘 인상이 짙은 것이다.

업체간 공개경�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후속 구매’라면 1차 도입선인 CASA를 포함, 복수의 업체로부터 구매견적서와 기술사양서를 받아 구매조건을 따져봐야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처음부터 CASA를 배제하고 IPTN과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산 방산물자 대응수출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었고, 마침 인도네시아가 우리 군이 운용 중인 CASA CN-235와 동일한 기종을 생산한다고 해서 IPTN과의 계약을 서둘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
두 회사 CN-235는 다른 기종
--------------------------------------------------------------------------------
그러나 이 주장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있다.
97년 국방부 조달본부가 펴낸 ‘절충교역 지침서’의 ‘절충교역 획득우선순위’에는 ‘선진 핵심기술의 획득’이 맨위에 올라 있고, 그 다음이 ‘구성품 및 부품의 공급기회 획득’이며, ‘방산관련 물자의 수출’은 세 번째로 나온다.
만일 이 지침을 적용했다면 CASA를 경쟁에서 배제할 명분이 없었다. CASA는 한국에 12대의 CN-235를 수출하면서 절충교역으로 총 계약금액의 절반인 1억100만달러 상당의 항공관련 기술(벌집구조 신소재, 전기신호식 비행제어장치 등)을 우리 업계에 이전했고, A-320 여객기용 승강기를 국내 업체에 제작 의뢰해 구매한 바 있기 때문.

따라서 후속 구매선을 정하기에 앞서 CASA에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전 조건을 제의하거나 IPTN처럼 국산 방산품 대응구매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할 필요가 있었지만, 국방부는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한 것도 아닌데, 그때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던 CASA가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 1차분을 수출했다고 후속 구매물량도 당연히 자기들에게 줄 것으로 믿은 것 같다”며 CASA에 책임을 돌렸다. 도입선 변경 당시 국방장관이던 이양호씨도 “CASA와 조건이 안 맞아 도입선을 바꿨겠지, 군이 그런 절차도 안 거치고 사업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CASA 관계자는 “국방부로부터 사업제안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받은 적도 없고, 96년 초부터 이양호 장관, 김동진 장관, 윤용남 합참의장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서신을 보내 후속 구매사업 공개경쟁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회신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96년 1월5일 CASA 회장이 이양호 당시 장관에게 보낸 서신에는 ‘CASA에도 공평한 기회를 준다면 한국 공군의 고등훈련기 사업 등에 필요한 첨단 항공기술을 이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당초 합참의 중장기계획에는 CN-235 추가 도입이 2000년 이후로 잡혀 있었지만, IPTN산 CN-235를 도입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 시점에는 공군의 소요 제기도 없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대응구매를 우선시하다 보니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공군도 ‘미리 사주면 더 좋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 형편으로 보면 IPTN이 계약대로 납기를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는 원래 일정대로 수송기를 인도받게 됐다는 군색한 해명이다. 1700억원이 넘는 무기 구매계획을 이런 식으로 원칙없이 흔들어대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전에 도입한 스페인 CASA산 CN-235와 인도네시아 IPTN이 인도할 CN-235가 동일한 기종이라는 국방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기종의 정확한 명칭은 전자가 CN-235-100M이고, 후자는 CN-235-220M이다. 86년 CASA는 투자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IPTN과 CN-235의 원형인 CN-235- 10을 공동 개발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두 회사가 독자적으로 기종을 개량했다. CASA는 CN-235-100, -200, -300을 개발했고, IPTN은 CN-235-110과 -220 개발에 들어간 것(-110M과 -220M은 민수용인 -110과 -220을 군용기로 개조한 모델).
이 개량 기종들은 소재와 부품, 설계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예컨대 -100과 -220은 항법장치, 통신장비 등 29개 주요 장비 중 15개는 같은 것이지만 나머지 14개는 서로 다른 장비를 쓰고 있다는 것. 때문에 두 기종을 혼합 운용할 경우 원활한 정비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성능 면에서도 국방부와 IPTN은 두 기종간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CASA는 “최대 화물적재량의 경우 -100M은 5795kg, -220M은 5190kg이며, 화물 4000kg 적재시 항속거리도 -100M은 1600해리, -220M은 900해리로 차이가 난다”고 반박한다.
--------------------------------------------------------------------------------
국제기구 인증 못 받아
--------------------------------------------------------------------------------
이동복 의원은 “IPTN과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도 CN-235-220M은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유령 비행기’였으며, 국제감항기구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이상 지금도 미완성 비행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96년 1월 실시한 인도네시아 현지 기술평가 보고서에는 ‘시험비행 결과 IPTN의 -220M은 우리 군이 요구한 운용능력(ROC)을 충족시켰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220M은 96년 6월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 ‘동체기골 및 착륙장치 보강으로 기(旣)운용 항공기와 이륙중량, 화물적재량이 대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의 미래형 표현들이 함께들어 있어 -220M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능한 한 기운용 항공기와 동일 사양으로 제작할 것’을 건의함으로써 개발 중인 -220M을 -100M과 같은 비행기로 만들어 달라는 상식 밖의 주문을 하고 있다.
당시 시험비행에 참가했던 공군장교는 “시험평가에 사용한 항공기는 인증만 거치지 않았을 뿐 이미 개발이 완료된 -220M이었으며, 공군이 사용하는 장비로 직접 측정한 결과 -100M과 성능이 동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IPTN측은 “당시 한국공군 조종사가 시험평가한 항공기는 91년에 -110M으로 제작돼 95년 -220M으로 개조한 시제기였다”고 인정했다. IPTN의 항공기 생산 일련번호 N-18이었던 이 항공기는 97년 5월 시험비행 중 추락해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IPTN이 -220M으로 제작에 들어간 항공기는 일련번호 N-34부터다.

IPTN은 -220M을 개발하기도 전에 말레이시아에 6대, 한국에 8대씩 입도선매(立稻先賣)했다. 말레이시아에도 자동차를 대응구매하는 조건으로 비행기를 팔았는데, 개발이 지연되는 바람에 납기(96년 3월)를 3년 이상 넘기도록 비행기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는 -220M은 군용기이기 때문에 국제감항기구의 인증이 필요없다는 주장이다. 조성태 국방 장관은 8월10일 국회 국방위에서 “인도네시아 군용기 인증기관의 인증만 받도록 계약을 체결했고, 우리 공군도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어서 인증문제는 계약서대로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처음부터 군용으로 제작된 항공기는 군사규격(Military Specification)에 의해 관리되어 민수용 항공기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의 검사를 거쳐 성능과 품질을 보장받기 때문에 국제기구의 인증이 필요없다. 하지만 CN-235 계열의 군용기들은 원래 민수용으로 개발됐다가 군용으로 개조된 것이므로 원형인 민수용 항공기에 대해서는 FAA(미국) JAA(유럽) CAA(영국) 등 공인된 국제 감항기구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

국방부가 말하는 인도네시아 군용항공운수국(IMAA)의 인증은 -220M에서 군용으로 개조된 부분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이지, 군용기 인증기관이 민수용 항공기 -220 자체를 인증할 수는 없다. CASA의 경우 -100과 -200은 FAA의 인증을 받았고, -300은 FAA 인증절차를 밟고 있으며, IPTN은 -110이 JAA의 인증을 받았을 뿐 -220은 어디에서도 인증을 받지 못했다. 국제기구의 승인이 없으면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어렵게 된다.

97년 11월에 열린 제185회 정기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영애 의원(국민회의)과 한호선 의원(자민련)이 IPTN CN-235-220M 도입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자 당시 김동진 국방장관은 “현지 시험평가에서 -220M을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IPTN산 CN-235는 JAA 인증을 받았다”는 등 사실과 다른 답변으로 IPTN을 두둔했다.
또한 이 무렵 밀어닥친 외환위기로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임복진 의원(국민회의) 등 당시 야당 의원들은 “이 시점에 계약을 체결하면 항공기 도입가격이 크게 오르게 되니 계약을 당분간 유보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김영삼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대통령 선거 직전인 그해 12월15일, 환차손을 무릅쓰고 서둘러 계약을 체결했다.
--------------------------------------------------------------------------------
인니, 대응구매 L/C 개설 지연
--------------------------------------------------------------------------------
당시 CASA는 한국의 외환사정을 감안, CN-235-100M 8대를 IPTN보다 190만달러 저렴한 1억4150만달러에 팔겠으며, 비행기값의 85%를 연리 6.5%로 7년간 14회에 걸쳐 분할 상환토록 해주겠다는 구매조건을 제의했다. 계약 2년 후인 99년 말까지 비행기값의 86.4%를 지불해야 하는 IPTN과의 계약조건에 비하면 파격적인 제안이었지만, 국방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계약이 이뤄진 뒤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랐다.
인도네시아는 대응구매 약속에 따라 98년 1월 한국의 아시아자동차와 군용 트럭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2.5t과 1.25t짜리 국산 트럭 712대를 7580만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것. 그런데 이 액수는 우리가 사기로 한 수송기값의 50%에 불과하다. 1대 1 대응구매가 아니라 1대 0.5 대응구매가 된 것. 나머지 50%는 추후 구매계약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우리가 수송기 8대에 대한 구매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한 것에 비하면 불평등 계약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국방부가 계약 후 즉시 수송기 수입 대금에 대한 L/C(신용장)를 개설한 반면, 외환위기에 직면한 인도네시아는 트럭 수입대금 지급을 보장하는 L/C(신용장)를 개설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계약 파기를 검토하기는커녕 98년 3월, 선급금(3871만달러) 중 일부인 2585만달러를 IPTN에 지불했다.
인도네시아는 선급금을 받고도 대응구매 L/C를 열지 않았다. 수하르토 사퇴 후 그의 뒤를 이은 하비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 김대중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오히려 한국산 방산물자의 대응구매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정부가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자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9월에 와서야 트럭 수입대금의 14.5%인 1099만달러에 대해서만 L/C를 열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에서 ‘대응구매 이행 지체시 이행 보장수단을 마련하지 못하고 L/C를 개설했다’는 이유로 주의처분을 받았고, 국회 국방위는 CN-235-220M 도입사업 등 8개 방위력개선사업에 대해 ‘99년도 사업예산 집행계획을 국방위에 보고하고 심사를 거쳐 집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예산안을 가결했다.

이어 지난 3월 국회 국방위는 방위력개선사업 심사소위(위원장·임복진)를 열어 인도네시아가 1차 대응 구매분 잔액에 대한 L/C를 열 때까지 선급금 잔금(1286만달러)과 1차 중도금(3298만달러) 예산 집행을 유보하기로 했다. 국방위는 이 밖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방산물자 2차 대응구매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1차 중도금 이후의 수송기 대금 지불을 중지한다 ▲국방부는 인도네시아와 국산 방산물자 2차 대응구매분에 대한 계약체결 문제, 1차 중도금 이후의 대금지불 계획 및 항공기 납기 재조정 문제에 관한 협상을 99년 6월30일까지 마친다 ▲CN-235-220M의 인증 문제(군용기로 개조하기 전의 민수용 CN-235-220에 대한 공인된 감항기구의 형식승인 획득)를 99년 6월30일까지 해소한다 ▲이상과 같은 조건들이 99년 6월30일까지 충족되지 않을 때는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를 근원적으로 재검토한다.
인도네시아는 계약 1년3개월 만인 지난 4월9일에야 1차 대응구매분 잔액에 대한 L/C를 열었다. 나흘 후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선급금 잔금은 즉시 지불하되, 1차 중도금은 인도네시아와 항공기 납기 및 대금지불 계획을 합의한 후 지불하겠다 ▲2차 중도금과 잔금은 국회 의결대로 99년 6월30일까지 항공기 인증 문제와 2차 대응구매 계약체결 문제를 해소한 후 국회에 보고하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6월16∼17일 IPTN과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IPTN은 국방부에 ▲항공기 대금 지불이 지연돼 발생한 손해배상금 4300만달러를 지불하라 ▲국제감항기구 인증 비용 350만달러를 추가 지불하고, 1년반에서 2년간의 항공기 납기 지연을 받아들이라 △2차 대응구매 계약과 상관없이 2차 중도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대응구매는 한국 정부와 인도네시아 정부 간의 합의인만큼 IPTN과는 무관하니 항공기 대금은 이 문제와 상관없이 내놓으라는 얘기였다. 적반하장, 국방부로선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따라서 국방부는 6월30일까지 인도네시아와 모든 협상을 마치라는 국회의 의결을 따를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8월2일부터 수일간 IPTN측과 서울에서 재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제상황을 고려, 2차 대응구매분 계약체결 시한을 2000년 6월30일까지 1년 연장해주기로 합의했다”고 털어놨다. 항공기 인증 문제는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직접 거부의사를 밝혔던 것이니만큼,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가 의결한 조건들을 전적으로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그 조건은 국방위에서 의결한 것일 뿐, 국방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동복 의원은 “국회가 의결한 내용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으로, 국회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를 번복하지 않는 한 국방부는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이를 반박했다. 더욱이 앞서 인용한 대로 국방부는 4월13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6월30일까지 항공기 인증 문제와 2차 대응구매 계약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납기 지연 불가피
--------------------------------------------------------------------------------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수송기가 우리 군에 제때 인도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지난 2월 국방부 실사팀이 인도네시아 IPTN을 방문, 공군에 인도될 -220M 제작현황을 조사한 결과 1∼4번기 4대가 40∼70%의 공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IPTN의 주장일 뿐, 실제로는 핵심 외주 부품을 주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15∼18개월의 제작기간이 소요되는 RWR(Radar Warning System)은 1대분도 주문하지 않았고, 미국 GE사가 생산하는 엔진은 2대분만 주문해놓고 있었다. CASA에서 생산하는 랜딩 기어의 경우 주문한 후 인도받을 때까지 18개월이 걸리는데, IPTN은 이것도 3대분만 주문해둔 형편이었다. 따라서 당장 이들 부품을 주문한다 해도 최소 1년 이상 납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IPTN은 항공공학을 전공한 하비비 대통령의 주도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항공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후발업체면서도 처음부터 완제기 제작을 고집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뒤늦게 CASA와의 기술협력으로 CN-235-10을 생산하고, -110을 자체 생산했지만 마케팅 실패로 생산물량 대부분을 자국에서 소화했다.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중형 여객기 N-250도 지난해 FAA 인증을 위한 시험비행에서 불합격,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IPTN의 누적적자는 40억달러에 이르렀지만, 하비비 자신이 사장을, 수하르토가 회장을 맡아 정부의 비호 속에 특혜를 누렸다(지금은 하비비의 아들이 IPTN을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들어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IMF가 IPTN을 직접 거명하며 재정 지원이나 특혜를 주지 말라고 요구했던 것. 때문에 현재 IPTN은 현금을 쥐어주지 않는 한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IMF 체제 이전 IPTN은 1만6000여명의 종업원과 1200여명의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N-250 개발인력 60명 정도만 남아 있다.
CN-235-220M의 부품은 CASA 생산품이 40%, IPTN 자체 생산품이 3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외주 하청을 통해 공급받는데, IPTN의 신용이 떨어져 자체 생산품 외에는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공군이 어렵사리 -220M을 인도받는다 해도 IPTN으로부터 부품의 원활한 후속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IPTN에서 7대의 CN-235-110M을 도입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은 IPTN으로부터 부품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자 CASA에 후속지원을 요청한 상태.
납기가 지연되면 공군 전력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송기 인도가 늦어져 공군이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지금 형편이 이러니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논리라면 한국군의 전력증강 일정은 무기업자의 사정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계약서 둘러싼 논란
--------------------------------------------------------------------------------
돈은 미리 주고 비행기는 ‘구식’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의 경우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개발돼 적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2년 늦게 인도된다고 기술격차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큰 기술’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업그레이드’ 가능성은 충분하다. 예컨대 CASA는 최근 첨단 공중충돌방지시스템, 정밀항법장치 등을 채용한 CN-235-300을 개발, 인증절차를 밟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계약을 명백하게 위반한데다 이처럼 납기가 지연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데도 국방부는 계약을 파기하기는커녕 시종 인도네시아에게 끌려 다니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구매 실무자는 “계약을 파기하면 국제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국가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자원대국이다. 이런 나라와 거래할 때는 국방 측면뿐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를 생각해야 된다”는 등 자신의 위치를 벗어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만일 소송이 제기될 경우 사업지연 사유를 인도네시아에 귀책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계약서에 1대 1 대응구매 조건이 확실하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 국방부는 이 부분에 대해 “아직 협상이 진행중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같은 액수에 상당하는 한국산 방산물자와 인도네시아산 항공기를 상호 구매하는 대응구매로 추진됐다. 사업 추진과정에 갖가지 의혹이 드러났지만, 국방부는 그때마다 1대1 대응구매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계약에 앞서 96년 6월 양국간에 체결된 양해각서(MOU, Memorandom of Understanding)에는 ‘대응구매의 총액은 대략 동액이어야 한다’고 명시됐고, 97년 6월에 체결된 합의서(LOA, Letter of Agreement)에는 ‘인도네시아는 수송기 4대의 대응구매 계약을 수송기 계약과 동시에 체결하고, 나머지 4대의 대응구매 계약은 99년 6월 말 이전에 체결한다’고 돼 있다. 그해 11월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김동진 당시 국방장관도 의원들에게 ‘100% 대응구매’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MOU와 LOA에 명시된 대응구매 조건을 계약서에 분명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면 국방부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계약서를 잘못 작성한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인도네시아가 이를 빌미로 MOU와 LOA에서 한 약속을 저버린다면 사기 의도가 짙은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업 계약서 2장의 2조 7항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산 방산물자 2차 구매분 계약 확인서를 한국에 제출할 때까지 한국이 2차 중도금과 잔금 지불을 유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2차 대응구매 계약이 늦어져 대금 지불이 유보되더라도 인도네시아는 8대의 수송기를 모두 인도하게 돼 있다.
대응구매에서 1차로 반액만큼의 부분적인 계약을 체결하는 불균형을 감안, 인도네시아의 2차 대응구매분 계약이 지연될 경우 이에 대한 벌칙으로 한국이 2차 중도금과 잔금의 지불을 유보하더라도 항공기는 납기대로 인도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조항의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이 조항이 1차 대응구매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약서가 1차 대응구매 의무를 전제하지 않으면서 2차 대응구매를 이렇듯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트럭 高價수출 의혹
--------------------------------------------------------------------------------
인도네시아의 2차 대응구매가 불투명한 가운데 1차 대응구매 물자인 아시아자동차 트럭 712대의 수출가격에 대한 의혹이 무성하다. 아시아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트럭의 가격을 계약체결 당시 환율인 달러당 810원으로 계산하면 국내 판매가에 비해 2.5t의 경우 205%(윈치 있는 것)와 267%(윈치 없는 것), 1.25t의 경우 232%(윈치 있는 것)와 241%(윈치 없는 것)나 비쌌다.
이를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세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고, 712대의 차액을 모두 합하면 500억원에 육박한다. 그래서 이 차액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아시아자동차측은 ▲좌측 핸들 차량을 인도네시아의 주문에 맞춰 우측 핸들 차량으로 바꾸느라 금형 제작을 새로 하는 등 신규 차량을 개발하는 것과 맞먹는 비용이 투입됐다 ▲한국군에 납품하는 차량의 경우 이윤이 낮기 때문에 수출용 차량에 높은 이윤을 반영, 내수 적자를 보전했다 ▲수출사업의 경우 수입국의 정부나 군 관련 중요인사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개인 수수료가 이윤에 포함돼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핸들 위치를 바꾸기 위해 금형을 새로 제작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동차 설계를 할 때는 좌우 핸들의 위치를 변경할 경우에 대비해 핸들을 어느 쪽으로도 옮겨 달 수 있게 금형을 제작하기 때문.
실제로 아시아자동차의 트럭 프레임을 제작하는 한 하청업체는, 오른쪽에 볼트 구멍을 미리 뚫어놔 여기에 기어박스를 부착할 수 있도록 가공된 차량 프레임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좌우 대칭 부착이 불가능한 일부 부품은 금형을 새로 만들었을 수 있지만, 그래봐야 추가 비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인도네시아가 아무 반대급부도 없이 한국 업체의 내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정상가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주고 트럭을 살 리도 만무하고, 국가간 대응구매에서 얼마나 많은 액수의 중개인 수수료를 어떤 경로로 지불했는지도 의문이다.

아시아자동차측은 인도네시아가 92년에 독일 벤츠사에서 수입한 ‘UNIMOG’ 트럭의 경우 2t짜리인데도 대당 수입가격이 12만4000달러로, 아시아자동차의 2.5t 트럭보다 1만4000달러 더 비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UNIMOG’은 부속장비를 장·탈착해 제설, 청소, 철로 보수, 벌목작업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다목적 특수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언론들도 트럭 수출가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격이 3배 이상 부풀려진 것이라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하비비 대통령이 주저없이 그 비용을 지불하려 했다는 사실이다’(‘KONTAN’지), ‘한국과 인도네시아 모두 가격이 높다고 여기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거래인가!’(‘TEMPO’지) 등의 보도가 그것.
이와 관련, 국회는 국방부 군수국장(94년 4월∼95년 10월)과 이양호 국방장관의 군수보좌관(95년 10월∼ 96년 10월)을 지내다 97년 초 아시아자동차 간부로 자리를 옮긴 A씨의 거취를 문제 삼기도 했다. 공직 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 전 2년 이내에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있는 사기업체에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국방부는 “A씨의 경우 총무처에서 규정한 예외 절차를 밟고 취업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CN-235 도입사업에는 이미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됐다. 이대로 방치하면 예산 낭비는 불을 보는 듯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들어간 돈보다는 들어갈 돈이 더 많다는 사실. 더 많은 혈세가 ‘비행기 없는’ 허공으로 날아가기 전에 의혹을 풀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