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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의 ‘옹고집’ 탓에… 무기여 잘 있거라

hankookhon 2011. 3. 8. 00:52

軍의 ‘옹고집’ 탓에… 무기여 잘 있거라

세계일보  



국산 '명품무기' 추락 왜?
기술 성숙도는 낮은데 요구성능만 높게 설정


[세계일보]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국산 '명품무기'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파워팩'(엔진+변속기) 불량에 좌초위기를 맞은 K-2 '흑표' 전차와 화기 및 사격통제장치 결함으로 도마에 오른 K-11 복합소총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제품 출고 당시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성능'이란 수식어로 화려하게 포장됐던 이들 명품무기가 부실의 나락에 빠진 이유는 뭘까.





K-2 흑표전차 파워팩, 냉각기능 결함에 의한 과열로 엔젠손상

최근 육군의 전력업무를 담당하는 한 고위 장성이 군 전력증강 방향에 대한 일대 전환을 요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한선 육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소장)은 '국방저널' 3월호 '지상군 전력증강 현실과 비전'이란 기고문에서 "군이 요구성능(ROC)을 너무 높게 설정해 무기획득 단가가 상승하거나 개발 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최근 잇따른 명품무기들의 결함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 군은 기술적으로 25t 이상되는 장비의 수상 운행이 제한되는데도 2005년 26t 규모인 K-21 보병전투장갑차를 수상 운행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사양으로 개발해 이전에 있었던 K-200 장갑차보다 단가가 6배나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K-11 복합소총 화기장치와 사격통제장치 결함

기술 성숙도가 낮은 상태에서 명품 일변도 소요제기에 따른 결함도 빚어졌다며 최근 논란이 된 K-2 흑표전차의 파워팩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기계공학 최강국 중 하나인 독일도 흑표전차와 동일한 1500마력의 파워팩을 개발하는 데 13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K-2 전차 개발을 하면서 무리하게 핵심기술과 체계 개발을 동시에 추진,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명품무기들의 결함은 군이 요구성능을 너무 높게 잡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K-9 자주포 엔진냉각수 불량으로 엔진실린더 외벽 구멍 발생. 커플링(엔진의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부품) 결함

또 그는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품질원이 방위사업청의 통제를 받는 현 시스템 하에서는 기술수준을 고려해 소요를 기획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장애로 꼽았다. 아울러 그는 "무기체계 개발 선진국인 이스라엘의 국방연구 개발 성공률이 40% 수준이고, 미국도 15% 이하로 추정된다. 첨단 복합산업인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실패는 늘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무기 개발에 따른 국민적 공감대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가령 'TV를 볼 수 있으면 된다'는 게 요구성능이라면 TV가 PDP든, LCD나 LED든 큰 문제가 없는데 그동안 군의 소요제기는 유독 최고 기술인 3D시청이 가능한 TV만 고집한 셈"이라며 "외국에서 무기를 수입하기 위해 ADD가 군 소요제기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과도하게 요구성능을 설정하는 일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창규 ADD 소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군에서 과도하게 높은 성능조건을 요구하고 무기 설계에서 폐기까지 전 기간에 걸쳐 품질보증 활동이 없다는 점이 K계열 무기들이 문제를 빚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