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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테러 진압용 총알엔 관통 막는 ‘+자’

hankookhon 2011. 2. 25. 09:33

 

해적·테러 진압용 총알엔 관통 막는 ‘+자’

[중앙일보]

총알의 과학

세계적으로 테러 진압이나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사용하는 총기의 총알은 거의 인체를 관통하지 않고 몸 속에 박힌다. 관통되면 선량한 민간인이 그 관통된 총알에 또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알이 몸에 박히는 것은 총이 특수해서가 아니라 총알 앞부분에 파놓은 구멍 때문이다. 이런 총알은 인체에 맞는 순간 앞이 벌어지면서 퍼져 버린다.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청해부대가 사용한 총알도 앞이 평평하고, ’+’자 형태의 홈이 파져 있는 것이었다. 역시 맞아도 관통이 안 되고 몸에 박혀버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동환 총기연구실장을 통해 총알의 과학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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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총알에 나타난 총구 강선 흔적을 비교한 사진. 가운데 세로선을 기준으로 각각 다른 총알이지만 같은 총에서 발사됐기 때문에 좌, 우 사진의 강선이 일치한다. 원안은 총구 안의 6조 좌선의 강선.
◆소말리아 해적 총알은 보통탄=해적이 사용한 총은 AK47로 1947년부터 생산한 모델이다. 여기에 사용한 총알은 7.62(총알 지름)ⅹ39㎜(탄피 길이)로 전형적인 군용 탄환이다. 발사하면 초속 720m로 날아가며 일반 권총용 총알에 비해 위력이 10배나 강하다. 300~500m 거리에서 맞으면 관통된다.

 74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AK74는 AK47보다는 작은 총알을 쓴다. 탄피 길이는 동일하지만 총알 지름이 5.45㎜로 줄었다. 현재 북한군이 사용하기도 한다. 이 총알은 인체에 맞는 순간 앞쪽이 찌그러지면서 균형을 잃고 앞뒤로 회전을 한다. 균형을 잃는 것은 총알 안쪽을 비중이 다른 철과 납으로 채워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알을 맞은 앞쪽의 구멍은 아주 작지만 관통돼 나오는 부분은 아주 크다. 총상을 가능하면 깊게 하려는 ‘독한 총알’인 셈이다.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
◆총알에는 총 고유의 ‘지문’이 있다=총구에는 총알을 회전하게 하는 강선이 있다. 이것이 총알에 총 고유의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발사된 총알을 찾으면 어떤 총에서 발사됐는지 식별할 수 있다. 동일한 총으로 여러 발의 총알을 쏘았어도 총알에 남는 강선의 흔적은 동일하다.

 탄피에도 역시 총 고유의 흔적이 남는다. 자동으로 발사되는 총의 경우 탄피를 빼내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탄피를 빼낼 때 탄피에 동일한 자국이 생긴다.

◆강선은 총알의 위력에 거의 영향 안 줘=강선은 총구 내부에 판 홈을 말한다. 사용하는 총알이 가벼울수록 많은 강선을 넣는다. 강선은 총알을 빙빙 돌면서 진행하게 만들어 목표물에 더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인체 관통력 등과는 상관이 없다. M1소총, AK47 등은 4개의 강선을, M16과 AK74 등은 6개의 강선을 넣었다. 국내 일반 공기총은 8개를, 펌프로 공기압을 높이는 공기총은 24개의 강선이 있는 경우도 있다. 권총은 보통 5~6개를 넣는다.

◆강선 때문에 관통된 뒷부분은 뻥 뚫린다?=잘못된 상식이다. 맞는 순간 앞뒤로 돌면서 몸 속을 뚫고 들어가도록 특수 설계한 총알이 아닌 경우라면 그렇지 않다. M16 총알을 보자. 발사된 뒤 약 30㎝를 진행할 때마다 앞뒤로 한 바퀴 돈다. 총알의 속도는 초속 964m다. 사람 가슴 두께를 30㎝로 잡았을 때 관통하는 데 0.03초 걸린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적은 회전수라면 총상을 특별히 더 깊게 만들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