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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세요 크라이스트처치여...

hankookhon 2011. 2. 24. 08:46

[뉴질랜드 강진] "책상 밑에 갇혔어, 힘들 것 같아… 사랑한다"

빌딩에 깔린 여성, 아들에게 애절한 음성 메시지… 기적적으로 구조

조선일보 |




"롭, 여기 지진이 났어. 지금 사무실 책상 밑에 갇혀 있는데 아무래도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아. 여기 상황이 이런데 너희는 무사했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동생 미셸에게도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주렴."

호주에 사는 로버트 보스(31)는 지난 22일 오후 어머니가 휴대폰 음성사서함에 남긴 '뜻밖의' 메시지를 들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에 사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폐쇄된 공간에 갇힌 듯 심하게 울렸고 떨렸다. 그는 즉시 어머니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불통이었다. TV 뉴스에서는 어머니가 일하는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의 4층짜리 파인굴드기네스 빌딩이 지진으로 처참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뉴질랜드헤럴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점심 약속이 있을 때 그 빌딩 밖에서 기다리곤 했었는데, 바로 그 빌딩이 무너져 내린 것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제발 마지막이 아니게만 해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소원은 이뤄졌다. 그의 어머니 앤 보스는 22일 밤 구조대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쇼핑몰인 카셸스트리트몰에선 지진이 발생한 순간 어머니와 아기의 생사가 갈렸다. 아기를 안고 쇼핑을 하던 30대 여성이 건물을 나서던 순간 가로·세로 1m짜리 대형 벽돌이 엄마와 아기를 덮쳤던 것이다. 구조대가 잔해를 걷어냈을 때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지만 품에 안겨 있던 아기는 작은 상처만 입었을 뿐 무사했다.

강진으로 전화선이 끊기면서 친지들과의 연락이 어렵게 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친지들의 생사를 묻는 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뉴질랜드의 방송인 브라이언 에드워즈는 23일 트위터를 통해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아내와 딸이 연락이 닿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트위터에 그들이 무사한지 묻는 글을 올렸는데 오늘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방금 둘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도움의 손길은 전혀 생각지 못한 데서 온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