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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의 주력 항공모함인 니미츠급 6번함인 조지워싱턴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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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서해상에서 미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한미 합동해상 훈련을 앞두고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중순 우리 정부가 한·중 관계의 파국을 우려해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막았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오는 29일 발간되는 외교·안보 전문지 <디앤디 포커스> 12월호는 '항모 조지워싱턴 서해 진입은 한국정부 반대로 좌절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0월 19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항모 조지워싱턴호를 10월 20일에 서해로 들여 보내겠다'는 의사를 김태영 장관에게 전달해왔으나 김 장관은 'G20 행사를 앞두고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서는 곤란하다'며 이를 거부했다"며 "이미 서해로 북상 중이던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은 19일에 한국의 '수용불가' 통보에 따라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10월 말 서해상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항모강습단 훈련도 김태영 장관의 미 항공모함 입항 거부로 훈련 자체가 연기되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이러한 내용은 정부가 천안함 사태 이후 서해상 한미 군사훈련이 중국을 자극해 오히려 북한 압박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지난 7월 한미가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불굴의 훈련'을 실시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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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7일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방위원들과 함께 한미 연합훈련 '불굴의 의지'에 참가하고 있는 조지워싱턴호를 방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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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정부는 곧이어 24일 외교·통일·국방 장관 합동으로 '대북 7대 조치'를 발표하면서 대북 군사 조치의 일환으로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연습을 실시한다"고 공언했다. 또 정부는 언론에 "서해에서 미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군사연습이 실시된다"는 사실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의 태도는 혼란스웠다고 한다. 이는 미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가 항모 파견을 둘러싼 견해가 각각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군사라인을 통해 미국에 항모를 요청했을 때 미 태평양사령부는 매우 반색하면서 "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는 이를 믿고 미 항모가 참여하는 훈련이 임박한 것처럼 홍보했지만, 정작 미 국방부는 6월이 되도록 항모를 보내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 국방부는 "항공모함은 1년 스케쥴이 다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갑자기 이를 변경하여 한반도에 투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다급해진 정부는 한미연합사와 주미 한국 대사관을 총동원하여 미국에 항모 파견을 요청하는 외교를 전개했지만 미국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급기야 6월 3일부터 이틀간 열린 싱가포르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항모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게이츠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게다가 마침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게이츠 장관을 따로 만나 항모 파견을 부탁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사이 항공모함을 서해로 보내고 싶어했던 미 태평양사령부는 게이츠 장관의 승인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 국방부와 6월 7일께 서해에서 합동훈련을 하기로 하고 일본 요코스카항에 정박 중이던 조지워싱턴호를 출항시켰다. 하지만 게이츠 장관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다시 되돌아 가야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6월 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항모 파견을 요청하면서부터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항모를 보내주겠다"고 나오면서 미 항공모함의 한반도 파견이 성사된 것. 다만 이 때만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신중한 행보를 취하면서 서해가 아닌 동해로 오는 것으로 절충되었다.
이것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7월 25일부터 동해상에서 벌어진 '불굴의 의지' 훈련의 배경이다.
김태영 장관의 방중 일정은 왜 12월로 늦춰졌나?
그런데 미국의 분위기는 8월부터 전방위적인 대중 강경모드로 선회했다. 8월부터 미·중 간에는 미 항모의 서해 진입 정당성을 둘러싼 성명전이 연이어 벌어졌다. 5일에 미 국방부가 항모 파견 방침을 밝히자 중국의 <인민일보>는 9일 "조지워싱턴호는 어떤 파워를 과시하려 하나"는 시평에서 "왜 (미국이) 도리에 어긋나며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냉전적인 사고를 가진 패권주의의 부활인 것인지, 다른 국가를 불안케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실력초과에 대한 불확신인지"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그러자 곧바로 미국의 반론이 이어졌다. 9일 마이클 먼린 미 합참의장은 "우리는 (중국이) 확장해 놓은 영해에 대한 어떤 견해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공해를 항상 지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10월에도 항공모함이 서해에서 작전했고, 또 다시 거기에서 작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중 간에 성명전이 벌어지는 동안 정작 항공모함의 서해 파견을 요청한 정부는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은 이미 이 시기에 항모의 서해 진입에 대한 작전계획을 준비해 놓고 우리 정부와 훈련 시기만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후 한국 정부의 태도는 중국의 강경 입장에 상당히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월 <아사히> 신문은 "김태영 국방장관은 당초 이달(8월) 중국을 방문해 량광례 국방부장관과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의 양국간 군사협력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방중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서해 훈련의 미 항모 참가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11월로 예정되었던 김 장관의 방중 일정이 12월로 늦춰진 데는 10월말 미 국방부가 "항모 서해 파견 방침"을 밝히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디앤디포커스>는 보도했다.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디앤디포커스>는 국방부에 사실관계를 질의했지만, 국방부는 "한·미간 수시로 진행되는 협의내용에 대하여 구체적 의사를 밝히는 것은 외교적 관례와 한·미간 신뢰유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만 밝혀왔다.
<디앤디포커스>는 "미 항모의 서해 진입은 '북한에 대한 경고'를 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천안함 후속조치 일환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이미 미·중 간에 치킨게임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격렬한 반응 "중국은 항모의 서해 진입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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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국훈련 상륙작전을 하루 앞둔 만리포해변에 철조망이 설치되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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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항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서해에서 최고수준의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이번 훈련에 대해 북한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보복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훈련이 지난 23일 발생한 북한의 해안포 도발 이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27일 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서해상에서 실시되는 이번 연합훈련의 강도가 계획된 것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훈련에 참가하는 세력들이 실제 사격과 무장 폭격 훈련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도 26일 한미 연합훈련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린 제임스 국방부 부대변인은 "한반도 서쪽에서 이번 해군 훈련을 실시하는 우리의 의도를 중국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해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중국 언론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추시보>는 25일 '미 항공모함, 기회 틈타 서해로 향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은 이번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한국인들의 분노를 틈타 중국이 반대하는 항공모함의 서해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미 양국을 싸잡아 맹렬히 비난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북한을 겁주려는 미 항모는 북한을 결코 굴복시키지 못하고 동북아시아 형세만을 어지럽힐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한미 양국은 비통에 빠진 한국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 항모의 서해진입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국은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또 "한국은 중·미간 게임의 방향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서해가 중·미간 전략지역이 되면 북한과의 대치에 더해 통제 불가능한 위험성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많은 중국인들은 연평도 사건으로 현재 한국에 동정적이지만 미 항모가 오면 중국인들의 감정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흥적으로 위기관리를 한 결과 미중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 됐다"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 등 무고한 우리 국민의 희생으로 대북 강경 기조가 힘을 얻고 있는 지금, 천안함 사건 이후 "중장기적 안목의 철학과 전략이 없이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위기관리를 한 결과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는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의 지적은 한번쯤 곱씹어 볼 만하다.
김 편집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군사조치의 핵심으로 발표했던 심리전 재개와 항모가 참가한 가운데 서해안에서 실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지 않음으로써, 북측은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말뿐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측의 대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연평도 포격을 가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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